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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일기 No. 10 [내친구 소나무]

글향 2011. 2.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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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친구 소나무


영아네집 앞마당은 바로 앞동산과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앞마당에서 나오면 마을로 내려갈수 있는 큰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보면 코스모스길이 있어요.
그 코스모스길 너머로 앞동산으로 갈수 있는 오솔길이 나 있답니다..
언니 오빠들 다 학교에 가고 어른들도 밭으로 일을 하러 가시면 영아는 혼자 놀아요..
그러다보니 앞동산은 영아에게 좋은 놀이터랍니다..

앞동산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올라가면 잘 다듬어진 무덤들이 있습니다..
훤히 뚤린 전망으로 앞동산 맨위에 올라가면 무덤 세 개가 나란히 있고 그 아래에도 나란히 두 개 정도가 있고
또 그 아래에도 두 개 정도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앞동산은 파릇파릇한 잔디가 전체적으로 깔려있어 보기에도 좋고 잔디밭이 푹신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가 너무 좋습니다..
맨 위에 있는 무덤가부터 아래에 있는 무덤가까지 완만한 경사가 되어있고 무덤도 군데군데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 넓은 풀밭에서 구르기도 하고 숨박꼭질도 하면 너무 재미있답니다..

영아도 그 앞동산을 너무 좋아해요...
앞동산에 올라가면 마을전체는 아니지만 마을을 내려다 볼수도 있고 그 앞동산 너머 저 멀리 보이는 몇 채의 집도 구경할 수 있답니다...

또 앞동산을 쭉쭉 뻗은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어요...
그 소나무숲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향긋한 솔 향기들이 온 마음에 풍깁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뻐국이가 뻐국뻐국 울고 갖가지 종류의 아름다운 산새 소리들이 들린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앞동산이 영아의 앞마당과 붙어 있다니 영아는 너무 행복합니다..
앞동산에 오면 영아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요..
바로 동산 중간쯤 오른쪽에 몇그루 소나무가 군데군데 있는데 매끈하게 쭉 뻗은 소나무 사이에 이리 휘고 저리 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답니다...

옆에 쭉 뻗은 소나무에는 앞집 순이 아빠가 항상 누렁이를 매어놓아요...
누렁이는 그소나무 아래서 가만히 앉아서 되새김질을 하기도 하고 눈을 감고 졸기도 합니다...
어쩌다 엉덩이에 붙은 소똥에 파리들이 하나 둘 엉켜붙을라치면 누렁이는 꼬리로 탁탁 쳐서 조용히 쫓아내기도 합니다..

 



영아가 좋아하는 소나무는 바로 누렁이 옆에 있는 아름답게 비틀어져 있는 소나무에요..
그 소나무는 어린 영아가 올라가기 좋게 밑에서부터 구부러져 있답니다..
영아는 나무를 붙잡고 영차하고 올라갔어요..올라가면 소나무는 마치 영아를 위해 만들어진것 같아요..
가지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서는 자기네들끼리 꼭 엉겨붙어있어서 영아가 편하게 누울 수 있답니다..

영아는 자기몸에 딱 들어가는 소나무 가지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솔잎 하나하나를 어루만져 보아요...
솔잎은 잎파리가 가시처럼 삐쭉삐쭉해요...그 잎파리들을 어루만지다 보면 손끝에 살짝 따끔따끔하지만
매끈매끈하기도 해서 영아는 어루만지기도 하고 한번 쥐었다가 놓기도 합니다..
솔잎사이로 솔눈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네요...이 솔눈들이 자라면 이제 파란 솔방울들이 자라겠네요...
그 파란 솔방울들은 자라고 자라서 까맣게 되어 쫙 벌어져 결국에는 땅에 떨어지겠죠...
영아는 솔잎들을 만져보다가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랗고 파란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 떠있네요...
영아는 그 뭉게구름이 좋아요...뭉게구름을 한참 쳐다보니까 조금씩 움직이는것 같아요..
얼마나 움직이는지 볼까? 영아는 눈을 감았다고 조금있다가 눈을 떴어요...
구름이 조금 움직인것 같아요...모양도 조금 바껴있는 것 같군요..
뭉게구름은 잘 관찰하지 않으면 얼만큼 움직였는지 얼만큼 변했는지 알 수 없답니다..

영아는 소나무 가지사이에 하늘이 보이게 누워있어요..시원한 산들바람이 영아의 머리를 흐트리고 가네요...
저 앞에 소나무 숲에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지배배..삐오르르..하고 짖어됩니다...
예쁜 새소리를 들으며 영아는 눈을 감았어요...조용히 노래도 흥얼흥얼 불렀답니다...
옆에 소나무에 매어져있는 누렁이가 음메 하고 조용히 울어대네요...
영아도 음메하고 따라해봤답니다...
그리고 조용히 조용히 잠이 들었어요...

비틀어지고 구불어졌지만 영아의 눈에 아름답게 휘어진 이 소나무는 두 팔로 단단히 잠든 영아를 안아주었답니다..
사랑이 그립고 외톨박이인 영아를 위로라도 하듯 부드러운 솔잎의 손으로 영아의 머리를 가만가만히 어루만져주었어요...
쭉 뻗은 소나무 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이 구부러진 소나무역시 외로운 어린 소녀 영아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하는 아름다운 친구랍니다...
영아는 마치 엄마 품에 안긴것처럼 소나무를 꼭 끌어앉고 달콤한 낮잠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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