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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일기 No. 9 [울지마 영아]

글향 2011. 2. 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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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마 영아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주룩주룩내린비는 그칠 줄을 모르네요..
저 멀리 보이는 소나무도 솔잎을 흔들며 흩날리는 빗방울을 바람에 털고 있습니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마당에 일렬로 패인자국을 남기며 계속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닭들은 비가 내리는데도 연신 마당을 쏘다니며 모이를 찾아다니다가 빗줄기가 거세지자 온몸의 털이 물에 젖어
홀딱 달라붙자 역시 견디기 힘들었는지 비 피할 곳을 찾아 쪼르르 달려가는군요..

마당한구석엔 이미 아까부터 등장한 시커먼 두꺼비가 기어나와 오랜만에 내리는 빗줄기에 몸을 맡기고
기분이 좋은 듯 느릿느릿 걸어가다가도 또 한참을 멈추어 있습니다..

영아는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이미 얼굴은 심통이 가득합니다...아까 언니한테 또 혼났어요..
영아는 아직 어려서 뭔가 실수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까칠한 언니는 봐줄 수가 없어요..
언니한테 혼날때는 영아는 아무말도 못합니다..
여섯살이나 많은 언니는 영아한테는 너무나 무섭기도 하고 왠지 대들면 안 될것 같거든요..
그냥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술을 깨물고 참아야 합니다...

언니는 한참을 혼을 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영아는 마루에 걸터앉아 눈물을 삼키다가 희뿌옇게 된 눈으로 비오는 마당을 쳐다봤습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두꺼비도...대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는 비에 쫄딱 젖은 닭들도 영아의 슬픔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줄기에 손을 대고 손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 봐도 지금은 하나도 재미가 없네요..
손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빗방울이 되어 산산이 부서지는 게 더 영아의 속상한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
영아는 눈물이 저절로 납니다...서러움이 복받치네요...
영아는 엄마생각이 납니다...영아는 엄마한테도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일이 없어요..
하지만 어린 영아는 옆에 엄마가 있으면 왠지 사랑을 받을 것만 같아요..



전번에 몰래 떠난 엄마가 또 원망스럽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합니다..
서러움이 복받치다보니 점점 울음소리도 커지네요..
집에 까칠한 언니도 있고 무서운 삼촌도 있는데 울음을 멈출 수가 없어요..
영아는 점점 어깨를 들썩들썩하더니 꼭 깨문 입술에서 울음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엄마~~"..처음엔 작게 부르려고 했어요..
"엄마!!~~~엄마!!~~" 그런데 영아는 더 이상 작게 할 수가 없었답니다..
영아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영아의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6살 영아는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때 작은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막내삼촌이 뛰쳐나옵니다..
영아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미 쏟아진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삼촌은 우는 영아를 보고 머리끝까지 화가 났답니다..
"시끄러!! 시끄러!! 젠장!! 뚝 그치란 말야!!"
이러더니 발로 영아를 밀어버리네요..
어린 영아는 마루에서 굴러 떨어져 마당을 굴렀답니다..

비가 철철 오는 마당에 흙투성이가 된 영아는 너무나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무서운 삼촌이었지만 이렇게 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안방 문이 열리면서 언니가 놀래서 뛰어나왔습니다..
언니는 영아를 안아 올려 마루에 올려놓았답니다..
삼촌은 씩씩대다가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는군요..

영아는 너무 서러워 울고 또 울었답니다..
흙바닥을 굴렀더니 입술이 까지고 팔이 다 긁혔습니다..
언니는 수건으로 몸 이곳저곳을 닦아주었습니다..

영아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언니가 영아가 다치지 않았나 조심스레 살펴봤지만 영아는 알수가 없었어요..
영아는 삼촌이 이제는 너무나 밉습니다..
그리고 따뜻하지 않고 까칠한 언니도 미웠습니다..

앞집 순이도 엄마랑 아빠랑 살고 저 멀리 아랫집에 언니 오빠들도 엄마 아빠랑 살고 있는데
영아 옆에는 엄마 아빠가 같이 있지 못하는게 이해도 안가고 그저 엄마가 밉고 또 미웠습니다..
영아는 뭔가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어린 영아는 그냥 무엇인가 부족한 서러움으로 그저 온몸으로 아픔을 표현했습니다..
어린 날의 영아는 그게 무엇이었는지 잘 몰랐어요...

훗날 영아가 성인이 되었을 때야 그 서러움이 어린영아가 받아야 할 가족의 사랑이란 것을 알았답니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영아는 그저 가슴에 아픔의 응어리가 점점 자라 그 어린 날의 서러움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아의 가슴속에 각인이 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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